몸짓 言語

 

    몸짓 언어하면 얼핏 말못하는 사람의 수화(手話)를 연상하겠지만 언어기능이 완전한 사람도 몸짓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TV 출연자는 의식해서 제스쳐를 쓴다.   아홉시 뉴스를 맡은 아나운서를 제외하곤 손발을 쓰지 않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얼굴 표정이 큰 몫을 차지한다. 만일 차렷자세로 조각같이 굳은 표정과 소리만으로 의사를 전달한다면 비디오와 무슨 구분이 있으랴. 아무리 낭랑한 목소리로 명론탁설(名論卓說)을 토해내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시각 매체가 몸짓 언어를 촉진한다.

몸짓 언어는 언어의 종류에 따라 구별할 수 있다.

뉴욕시장 F.L. 가르디아는 영어, 이탈리아어, 헤브라이어- 이 세 언어를 가려서 연설을 하였는데, 한 전문가는 TV의 소리를 죽이고 몸짓만 보아도 어느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맞출 수 있다고 한다.

서양 사람 몸짓다르고 동양 사람 몸짓 다르다.

축구시합에서 우리 선수가 공을 차지 않고 상대방 선수의 발뒤꿈치를 찼다고 가정하자. 상대방이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어깨를 으쓱 올리고 두 괄을 벌릴 것이다. 이 한 동작은 열 마디 언어보다 효과가 있다.  아니, 이럴 수가 있어 ? 텃세하기냐?-이쯤 될 것이다. 일본선수라면 째려볼 것이다. 째려보기만 해도 의사는 충분히 전달된다.

대체로 서양사람들의 몸짓 표현은 크고 동양사람의 그것은 작다. 감정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서양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라에 따라, 민족에 따라 몸짓 표현이 다르다. 대체로 영·독 등 게르만 민족은 몸짓 표현이 작고 래틴 계통의 민족은 상대적으로 크다. 내가본 범위 안에서는 이탈리아사람들의 몸짓 표현은 큰 것 같다.

국민학교 아이들이 마주보고 이야기할 때 보면 잠사도 팔 이 쉬지 않는다.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다른 한 팔은 비스듬히 들고 손바닥을 벌린채 원을 그리며 휘젓는다. 감정이 고조하면 크게 휘젓고 갈아 앉으면 손목 밑으로 휘젓는다. 마치 무언극을보는 것 같다. 이런 몸짓은 말을 익히면서 자연 습득하는 버릇이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몸짓 가운데서 미묘 착잡한 것은 눈짓이다. 눈은 입만큼이나 말을 한다지 않는가.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 눈동자를 고정시키느냐 굴리느냐에 따라 표현의 의미는 달라진다.

몸둘바를 모른다란 말이 있지만, 옛 어른 앞에선 눈 둘 바를 몰라 애먹을 때가 있다. 내내 시선을 맞대고 있으면 고얀 놈이라 하실 것이고, 그렇다고 시선을 떨구어 허리춤 언저러를 더듬고 있으면 비굴해질 것이다 이럴 때는 잠시 잠시 어른 눈길을 살피다가, 턱밑 언저리에 시선을 고정시킴이 어떨까. 어른 눈은 훔쳐보아도 안되고 결눈질해도 안 된다.  

무서운 눈길이 있다. 노사(勞使)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장면이 TV화면에 비쳤다. 붉은 머리띠를 질끈 매고 턱수염까지 길은 노동자 대표가 쏘아보는 눈초리는 푸른 빛을 발하듯 매서웠다. 대치 상태에서는 눈싸움부터 시작하는 데, 시선이 맞닿으면 불꽃이 튀긴다. 상대방 눈길을 피하는 쪽이 진다.  

왕년의 영화 배우 율 부린너는 그 눈길이 매서워 돋보였다. 그의 영화가 처음 동경에서 상영되엇을 때, 그의 얼굴이 화면 가득이 클로즈업되자, 그 눈길에 쐬인 한 일본 여배우가 한 말이 재미있다. 그가 나를 쏴보니 곡 임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일본 씨름 판에서 눈 쏘아보기라는 게 있다. 도효오(: 모래판)에 오르기 전, 상대를 쏘아보는 작전이다. 미리 상대를 기죽게 하기 위해서다. 천하장사급 요꼬즈나(橫網) 아께보노(曙)는 돌같이 굳은 표정이다. 쏘아보는 두 눈길에 겁부터 먹게 된다고 한다.

시골의 오솔길, 혹은 도시의 좀은 골목길에서 묘령의 여인과 마주쳤을 때,  나는 매양 눈길 둘 바틀 몰라 하늘을 쳐다본다. 빤히 얼굴을 들여다 보면 겁을 먹을 것이고, 아주 외면하면 섭하다(?) 생각할 것이 아닌가.   이럴 때는 관심과 무관심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스쳐 지나면서 서로 당신의 존재를 충분히 인정한다는 정도의, 아주 가벼운 눈인사를 나눌 정도면 어떨까?

사회학자 E. 고프반 박사는 이런 눈만남을 어슴푸레한 빛에 비유하였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은 대체로 마주보며 다가가다가,  8피이트 거리에서 시선을 떨군다는 것이다. 빛에 비유하면 어둠이 걷히다 어슴푸레한 시점에서 머무는 것이다.  

점잖은 영국 사람이라면 화자(話者)의 눈을 바로 본다. 그러하고 화제(話題)에 흥미가 있으면 눈을 깜빡인다. 한편 미국 사람은 고개를 상하로 끄덕대면서 간간히 -흠(nun-hmm)을 던지는 것이 청자(聽者)의 매너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그 흉내를 내면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매스껍기까지 할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 말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간투사(間投詞)이기 때문이다. 

70이 넘은 독자라면 기억하시겠지만, 태평양 전쳉 초기, 일본이 파죽지세로 말레이지아 반도를 밀고 내려가 마침내 싱가포르를 함락, 영군은 백기를 들었다. 휴전 협정 마당에 나온 일본 사령관 야마시다(山下)대장이 부라린 눈으로 단 한마디 예스 오아 노우(Yes, ro no)? 하고 주먹으로 탁자를 네리치니, 영군 사령관 파시발은 고개를 돌리고 눈을 깜박였다. 바로 승자와 패자의 눈길의 대조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눈깜박임은 바로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이다.  

대인공간(對人空閭)이라 한다던가. 남과의 사이에 두어야 할 거리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기포(氣泡)의 거리에 비유한 사람이 있다.물 위에 뜬 크고 작은 물방울이 맞닿지 않으려 지키는 거리이다. 맞닿으면 터지거나 하나로 뭉칠까 해서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두어야 할 최소한도의 거리, 그 거리가 깨지면 표정이 떨리고 눈동자는 촛점을 잃는다. 이 표정의 변화를 카메라애 담은 사람이 었었다. 수양을 쌓은 사람이면 모를까, 범인은 어쩔 수 없이 그 불편함을 몸짓 표현으로 들어낸다.

인류학자 E.T, 홀 박사가 조사한 바, 북미 사람의 경우, 팔 길이~ 8피트 거리라고 한다. 그런데 남미 사람의 경우, 그 거리는훨씬 좁혀진다.  남미 사람은 저희들 기준에 맞추어 바짝 다가설 것이다. 그러면 북미 사람은 떠밀린다고 생각해 뒷걸음질 칠 것이다. 남미 사람은 거만하다 생각해서 협상이 깨질 수도 있다던가. 한 술 더 떠서. 아랍 사람들은 대인 거리가 더 좁혀진다는 것이다. 오펙 석유상이 사석에서 인사할 때 보면 거의 코를 맞대다싶이 속삭이거나, 어께를 비비다시피 나란히 걸어간다. 구미 사람들 눈에는 동성애 쯤으로 볼 것이다.  

영화관 매표구 앞에 열을 선 관객들을 관찰한 사람이 있다. 건전한 오락 프로라면, 주먹 둬 개가 들어갈 거리를 두지만, 에로 영화일 경우, 바짝 앞 사람에 다가선다.

의자에 앉았을 때 한 다리를 다른 다리 무릎 위에 얹는 자세를 흔히 볼 수가 있다.다. 여성의 다리를 꼬는 버릇은 양장이 들어와서 부터이다. 옛날에는 자도 다리를 꼰다. 짤은 치마를 입었을 땐, 다리를 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성의 보호본능이라고 해두자. 한국 여성도 다리를 꼰다. 옛날에는 눈꼴사납다던 사람도, 그게 보호 본능이라고 알면 이해가 갈 것이다. 섣불리 노출증이라고 탓할 수 만은 없다.

미국 사람은 상대방 화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떤 콧등을 문지른다고 한다. 턱을 문지르면 어떻계 풀어야 할까? (나같이)귓볼을 비비는사람도 있다. 일을 당해도 무슨 계책이 나오지 않아, 대세가 기우는대로 놔두는 딱한 심사라고 해 두자.

몸짓 표현의 레파토리는 말의 어휘만큼이나 많지 않을까? 심리학자 A. 메라비안은 의사 전달의 방법을 세 몫으로 나누었다. 말7%, 목소리 38%, 얼굴표정 55%이다. 말의 분담은 7%에 불과하다.

목소리 분담이 3분의 1이 넘는다니 희한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미워, 미워'도 여자가 콧소리로 하면 성(性)적 뉘앙스를 풍긴다던가. 경우에 따라선 '좋다'는 게 된단다. 말은 속일 수 있어도 콧소리는 못 속인다 해 두자.

몸짓을 통한 의사· 감정 전달에 관한 연구가 한 학문으로 자리잡혀가고있다. 영어로는 키네시크스(Kinesics)라 하는데 아직은 나이 어린 학문이다. 어쨌던 이 분야의 연구를 통해 가리위져 었었던 몸짓 언어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언어란 불편한 것이다. 당신은 바람을 들이마셔 폐를 체우고, 목구멍 한 줄기 틈을 진동시키면서 입을 삐죽 내밀고 공기를 토해낸다. 그 공기는 내 고막을 진동시키고‥‥ 나외 뇌는 당신이 전하고저 하는 의미를 대충 파악한다. 얼마나 먼 에움 길이며 시간의 낭비냐 ! (G. 모리어라고 하는 사람의 글의 인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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