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2007년 6월 20일

발행/ 2007년 6월 30일

발행인/ 서정환

발행처/ 수필과비평사

값 9000원

 

"그러나 소외 자는 고독하다.

“열없이 붙어 서서” 유리창 너머로 바깥을 내다보는 슬픈 존재에 불과하다.

그래서 30 대의 곁 늙은이 정지용도 그런 심사와 자세를 하고

유리창 너머로 “새까만 밤”을 응시하는 것이다.

물론 “새까만 밤”은 일제가 지배하는 암흑 같은 식민지의 바깥세상 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은 스스로 그 어둠의 세계에서 소외된 나라 잃은 슬픈 지식인이다.

그는 연신 빌려왔다가 밀려나가는 어둠의 실체를 천착하느라

입김을 불어 가로막은 유리를 닦고 또 닦는다.

그 때마다 유리에는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차고 슬픈 것”은 지적으로 승화된 시인의 감상이다.

그것으로 흐리우고 지우며 닦아낸 유리는 비로소 본연의 투명성을 드러낸다.

마침내 시인의 눈에는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와 박힌다.

조국 광복에 대한 시인의 아득한 소망의 빛이었을 것이다."

 

-안경알을 닦으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