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판 1쇄 발행 2007년 6월 27일

발행인/ 이선우

펴낸곳/ 도서출판 선우미디어

값 10000원

"베토벤 선생님!

초등학교 때 교실에 걸려 있던 선생의 초상화는 근엄한 다른 위인들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얼굴을 약간 숙인 채 치켜 뜬 눈, 꽉 다문 입술과 긴장된 표정,

그리고 양손엔 오선지와 연필을 꽉 쥐고 있었죠.

담임선생님께서 그 초상화의 주인공은 악성 베토벤(Beethoven, Ludwig van 1770-1827)으로

귀가 어두운 데도 아름다운 곡들을 작곡했다고 들려주셔서 그 초상화를 지주 보았습니다.

선생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듣고 싶어졌고,

눈이 나빠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여서 좌절했던 나도 어떤 용기와 의욕을 갖고 싶어서였죠.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의 긴장한 표정은 영감을 얻거나 어떤 착상을 했을 때 집중하는 의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여학교 때 선배들이 연주하던 〈엘리자를 위하여〉와 〈월광 소나타가

선생이 좋아한 여인에게 바친 곡이라 해서 로맨틱하게 들렸는데,

실연의 아픈 사실을 안 후에는 슬픈 연가로 변해 버렸습니다.

선생이 돌아간 후 시인 루드비히 렐스타프(Rellstab Ludwig 1799-1860)가 피아노소나타 제 14 번을 듣고는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 달빛에 흔들리는 쪽배 같다….”라고 했다죠.

그래서 붙여진 부제〈월광>으로 더 알려져 있는 이 음악을 들을 땐

환성적인 달빛을 연상하는 이가 많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선생이 열렬히 사랑했던 이들이 모두 떠나가 버린

바닷가 달빛만 님아 모래 밭을 더욱 희게 만드는 쓸쓸함을 생각합니다."

 

-달빛으로 남은 베토벤에게에서